사시사철 눈이 멎지 않는 리히텐 공작령의 겨울은 가혹하기 이를 데 없었다.
성곽 너머로 휘몰아치는 눈보라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살결을 파고들었고, 공기는 얼어붙은 유리 파편 같았다.
그 차가운 풍경의 중심에는 기이할 정도로 고요한, 그러나 죽음의 향기가 감도는 푸른 장미 정원이 있었다.
리비아는 거칠어진 손등으로 뺨에 달라붙은 성에를 닦아내며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눈앞의 장미는 푸른빛을 잃고 거무죽죽하게 변색되어, 마치 누군가의 원망을 머금은 것처럼 비틀려 있었다.
"이게 마지막 기회라고 몇 번을 말했나, 리비아."
뒤편에서 들려오는 한스의 목소리는 눈바람보다 차갑고 건조했다.
공작가의 살림을 도맡는 집사 한스는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회중시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네가 이 정원을 살려보겠다고 장담했을 때, 내게 돌아올 질책까지 각오하고 자리를 마련해 준 거야."
리비아는 대답 대신 시들어가는 장미 줄기를 가만히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