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icial Synopsis
10년 전 버려진 흙수저 장학생이 피도 눈물도 없는 자산가가 되어, 몰락한 재벌가 영애에게 '몸과 자존심'을 담보로 한 잔혹한 채무 변제 계약을 제안한다.
프롤로그 미리보기
전체 보기"아직도 네가 공주님인 줄 아나 봐? 무릎이라도 꿇으면 남은 와인은 안 부을게."
비릿한 포도향이 코끝을 찔렀다. 벼락처럼 쏟아진 차가운 액체가 얇은 유니폼 블라우스를 적시고 살결에 달라붙었다.
1996년산 샤토 마고. 한 병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빈티지 와인이 바닥으로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은우는 눈을 감지 않았다. 속눈썹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붉은 물방울이 시야를 흐렸지만, 그녀는 턱을 치켜든 채 정면을 응시했다.
눈앞에 선 여자는 고교 시절 은우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던 수행 비서의 딸, 김혜리였다.
"어머, 어떡해? 손이 미끄러졌네."
혜리가 입술을 가리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주변에 둘러선 동창들의 눈빛에는 가학적인 흥분만이 가득했다. 한때 한영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이자, 사교계의 정점에서 군림하던 공주님.
그 강은우가 호텔 서빙 유니폼을 입고 자신들 발밑에서 수치심을 견디는 꼴은 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유흥이었다.
은우는 머릿속으로 차갑게 숫자를 계산했다. 10년 전이라면 이들의 집안 전체를 파산시킬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그녀의 수중에 남은 건 낡은 가죽 지갑과 동생 은하의 밀린 병원비 영수증뿐이었다.
